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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歲月은 지금/9 월 .

칼럼 - '가는 맹추(孟秋), 오는 중추(仲秋)'

아즈방 2024. 9. 4. 18:00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 문화권 몇몇 나라에서는 음력 칠월을 초가을로 봤다.

사계절 중 가을은 음력 7 ·8 ·9월 석 달이고,

그걸 셋으로 쪼갠 첫 달 칠월을 맹추(孟秋)라 하여 초가을로 친 거다.

개추(開秋) 냉월(冷月) 노량(露凉) 소추(小秋) 신량(新凉) 조추(肇秋) 초량(初凉) 같은,

음력 칠월의 별칭들에 다 초가을이란 뜻이 담겼다.

예로부터 부른 이름이 이렇고, 인식 또한 그러하지만,

올 음력 칠월은 가을 기미를 전혀 못 느낀 채 무덥기만 했다.

하긴 올해만 그런 게 아닌 것도 같다.

음력 역법을 세웠던 옛날과는 달리 기후가 많이 변한 건지,

요즘은 모진 폭염뿐인 게 이 달이다.

옛날에 비해 지구가 정말 더워진 걸까.

어쨌거나 선선할 법한 음력 칠월 이칭(異稱) 앞에서 왠지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이에 비해 중추(仲秋)인 음력 팔월 별칭들은 사뭇 詩적이다.

계수나무 꽃 철이라서 붙인 계월(桂月),

달 보는 관월(觀月),

기러기 날으는 안월(雁月),

대추 볼 붉어가는 조월(棗月),

하늘도 물도 맑은 청추(淸秋),

아침 냉기 느끼는 한단(寒旦),

나뭇잎 물 드는 달 엽월(葉月)….

폭염으로 지친 마음에 반갑다.

오늘이 음력 팔월로 넘어가는 칠월 그믐.

처서 지나고 맹렬하던 매미 울음도 뭉텅 잦아들었다.

한낮은 아직 더운데 명색 ‘초가을’을 지난다.

떨어진 밤송이 발겨보는 산길엔 풋밤이 영글어간다.

물가가 걱정이지만 휘영청 추석은 가깝다.

뙤약볕에 흘린 땀 보상 받을 가절(佳節)이다.

모두가 웃는 중추 됐으면...
 
정재모 / 경남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