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과 초계탕
삼계탕은 부화 6개월 이전 연한 육질의 연계(軟鷄)에 찹쌀과 인삼, 밤, 대추, 마늘, 감초, 계피 등을 넣고
푹 끓인 일종의 닭개장이다.
요즘은 바다 양식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복이나 한방 약재, 들깨 가루 등도 추가해서
보신탕을 대신할 수 있는 복날 음식으로 각광받는다.
삼계탕의 원래 이름은 계삼탕이다.
연한 닭이 중심이고 인삼은 예부터 귀했던 만큼 양반이나 넣어 먹을 수 있던 식재료인데,
오늘날 그 어순이 바뀐 것이다.
계삼탕은 고대 중국이 ‘한반도의 백제 등에선 닭개장을 즐겼고 또 인삼도 약용했다’는 식의 기록을 남긴
것으로 봐서, 꽤 유래가 깊은 음식이다.
1970년대 이후 농촌의 개발과 함께 인삼 농사가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귀하게 여겼던 인삼을 앞세워
삼계탕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삼계탕이 뜨끈한 국물로 여름을 나는 음식이라면,
초계탕은 시원한 닭 육수로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는 북한식 별미다.
본래 겨울에 먹었지만, 지금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통한다.
닭고기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뒤,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표고와 쇠고기 수육, 오이, 녹두묵, 계란 지단 등을 곁들여 먹는다.
보양식인 만큼 파, 생강, 마늘 등도 빼놓을 수 없고, 육수에는 열량이 낮은 메밀국수를 말아 먹는다.
찬 성질의 메밀은 몸속의 뜨거운 기운을 낮춰서 균형을 잡아 준다.
잘게 찢은 살코기를 고춧가루와 식초로 버무려 반찬으로 먹어도 좋다.
조선 시대 양반집에선 닭고기 뼈도 잘게 썰어 넣어 칼슘 등을 보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여름철 보양식에는 대체로 고열량의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육류와,
몸에 열을 내는 인삼, 파, 마늘, 생강, 고추 등 식재료가 들어간다.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지만, 더운 날씨에 왜 굳이 열을 낼까.
높은 온도에 땀을 배출하면 몸속은 반대로 차가워진다고 보는 게 전통 의학의 견해다.
또 피부의 더운 기운에 맞춰 몸속도 적당히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더운 것과 차가운 것의 균형이 깨지면 몸에 탈이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속 장기가 소화하는 데 부담이 없는 수준에서 열을 낼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더위에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알차게 먹어두면 탈이 없었다는 경험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