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여름과 겨울이 오가는 경험을 했다.
조금 더 선선해지면 꺼내 입으려고 두었던 가을 옷은,
미처 다 개시하지도 못한 채 다시 옷장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겉옷을 꺼내 입을 시기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다시금 달력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10월 9일, 우리는 한글날과 한로를 맞이했다.
한로(寒露)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찬(寒) 이슬(露)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다.
한 달 전만 해도 이제 막 '하얀 이슬'이 맺히더니, 어느덧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가 되었다.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한로가 지나면 곧 이슬이 서리로 바뀌는 시기도 찾아올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니, 일부 중부지역과 강원 지역에서는 이미 서리가 맺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만큼 빠르게 온도가 낮아지고 있는 요즘, 농가는 추수가 한창이다.
예로부터 한로가 지나면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해,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추수를 마쳤다고 한다.
한 해 농사지은 농작물 추수를 마무리짓는 아주 바쁜 시기가 바로 한로다.
한로가 되면 사람들은 추어탕을 먹는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삶은 뒤 곱게 갈아 각종 양념과 채소와 끓인 음식이다.
미꾸라지로 만든 탕의 이름이 추어탕(秋魚湯)인 이유는 미꾸라지가 가을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7월부터 11월 말까지가 제철인 미꾸라지에 '가을 물고기(추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이미 지나긴 했으나, 급작스럽게 추워진 한로를 맞이하며 추어탕을 한 번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찬 이슬이 서리로 바뀌는 시기도 곧 다가온다.
곧 18번째 절기인 상강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상강(霜降)은 한자 그대로 서리(霜)가 내리는(降) 절기다.
하얀 이슬이 찬 이슬로 바뀌는 데 한 달,
그리고 그 찬 이슬이 서리로 바뀌는 데 보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상강의 다음 절기는 입동이다.
가을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가 바로 상강이다.
서리가 내리는 10월 23일이 되면 우리는 비로소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상강은 서리가 내리는 추운 시기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이야기하면 겨울이 오기 전 가장 만개한 가을을 경험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도 있다.
여름 내내 푸르게 빛나던 나무들은 하나둘 옷을 갈아입어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강가와 길가에는 알록달록한 국화가 만개한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은 이제 기억도 안 난다는 듯이 겨울이 빠르게 다가오는 와중에, 상강은 우리가 한 숨 돌려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
과거, 5일을 일후(一候)로 하여 절기와 절기 사이의 시간을 삼후(三候)라고 했다.
중국은 상강에서 입동으로 가는 삼후의 시간을 각각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초후,
초목이 누래지는 중후,
겨울잠을 자는 모든 벌레들이 땅 속에 숨는 말후로 나누어 계절의 변화를 설명했다.
짧은 시간에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이다.
우리는 그럼에도 금방 그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가을의 마지막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예전만큼 충분히 즐기기에는 가을이 너무나 빠르게 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을은 분명하게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너무 허망하게 가을을 보낼 것이 아니라 겨울이 오기 전 짧지만 분명한 가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는 하루다.
글 : 김서연 / '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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