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四季' 中 '여름' 2악장.
[詩의 눈]
세월의 반토막을 지납니다.
7월은 아마 도톰한 갈치의 중간도막 쯤 그 탄탄한 살일 겝니다.
아니, 반으로 갈라놓은 수박의 중앙을 확 베어먹는 클라이맥스이기도 하지요.
작렬하는 바다를 넘어갈 듯 서핑의 턴 지점이랄까요.
이즈음 창을 열고 운암산 숲을 마시며 난 비발디의 ‘여름’을 듣지요.
볶는 콩자반이 톡톡 튀는 피아노 선율이 내 가파른 호흡을 부채질합니다.
‘벽과 벽’ 사이였는데 이제는 ‘팔 벌리면 닿을 듯’ 가까워진 나이 또한 압박하네요.
‘왈카닥’ 내 무릎에 앉은 퇴색한 ‘절반’의 책이 바람에 그만 넘어집니다.
난 책을 다시 펴 주워놓고 바흐의 B단조 미사 글로리아로 교체합니다.
그래, 조용한 선율로 심장을 좀 가라앉혀도 보지요.
잠깐 블루투스를 떠나 정원을 바라봅니다.
‘연했던 수국’이 변색을 하며 ‘홀연히 어둑’한 그 호두나무 속입니다.
산비둘기 한쌍이 부릴 맞대고 있군요.
저들도 절반을 넘기기 전 사랑을 하나 봐요.
쉿, 아무도 없지만 손가락 하날 입술에 댑니다.
강현덕 시인은 창원에서 태어나,
1994년 중앙신인문학상,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조집 ‘한림정역에서 잠들다’(2001), ‘첫눈가루분 1호’(2013),
‘먼저라는 말’(2019)이 있습니다.
그는 비애의 현실, 고독한 실존의 밭에 심리의 근원적 언어로 자아를 심어가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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