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장어 회는 부산 사람들이 '아나고 회'라 부르며 즐겨 먹는 먹을거리 중 하나이다.
붕장어의 뼈를 발라내고 살 부분만 무채처럼 잘게 썬 뒤,
물기를 완전히 짜내 마치 솜털처럼 만들어 갖은 야채와 초장에 비벼 먹거나,
깻잎이나 상추에 한 움큼씩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붕장어의 학명은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라는 뜻의 말에서 유래했다.
일본 이름인 '아나고' 역시 붕장어가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에서 붙은 것으로 짐작된다.
붕장어는 원통형으로 갯장어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게 닮았지만,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의 중앙 부분 보다 약간 뒤쪽에서 시작되고,
옆줄 구멍에 선명한 흰색 점이 있다.
또 옆줄 위에도 한 줄의 흰색 점이 있으며 머리 부분에도 다수의 흰색 점이 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는데 뱀장어, 갯장어와 마찬가지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유생기를 거치며,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해 연안의 만 입구나 섬 주위의 물 흐름이 완만한 곳에 많이 모인다.
붕장어는 뱀처럼 생긴 때문에 예로부터 괴물로 여겨져 온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붕장어를 문어, 큰 새우와 함께 '바다의 3대 괴물'로 기록했다.
붕장어는 낮에는 모래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머리를 쳐들어,
금색의 눈을 빛내며 사방을 살피는 섬뜩한 모습을 보이며,
밤에는 다른 물고기들이 잠잘 때 습격해 먹이를 포획하는 육식성이어서,
'바다의 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만 사는데다 생김새 때문인지 우리 조상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듯,
고서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붕장어를 '해대려'라 일컬으며,
'눈이 크고 배 안이 묵색(墨色)으로 맛이 좋다'고 단 한 줄만 기록했을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붕장어는 버릴 것이 전혀 없는 생선이다.
척추 뼈 부분은 기름에 튀겨 안주로 먹고 대가리와 내장은 탕을 끓여 먹는다.
붕장어 구이는 살이 워낙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는 느낌이 든다.
붕장어 탕은 끓일수록 진한 맛이 우러난다.
붕장어 뼈로 어느 정도 국물을 우려낸 뒤 붕장어를 서너 시간 푹 삶으면,
살이 수프처럼 풀어진다.
거기에 숙주나물, 배추 등을 넣어 다시 끓이면 부드러운 감칠맛이 일품이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뻗치는 것 같다.
붕장어는 연중 맛의 차이가 별로 없으나 굳이 제철을 따진다면 여름이다.
이두석 /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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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 [Conger myriaster]
경골어강(硬骨魚綱 Osteichthyes) - 뱀장어목(―長魚目 Anguilliformes) -
먹붕장어과(―長魚科 Congridae).
뱀장어와 비슷하며 몸빛깔은 등쪽이 암갈색, 배쪽은 흰색이다.
등지느러미는 가슴지느러미의 중앙부 약간 뒤쪽 윗부분에서 시작된다.
양턱의 이빨은 문치상(門齒狀)이고 앞끝은 절형(截形)을 나타낸다.
붕장어의 옆줄구멍은 항문 앞쪽에 38~43개가 있다.
각 옆줄구멍에는 뚜렷한 흰 점이 있는데,
이 흰 점은 옆줄 외에도 옆줄의 위쪽에 하나의 세로줄로 줄지어 있거나,
머리부분에 많이 흩어져 있다.
척추골의 수는 (50~53)+(91~97)=141~150개이며, 몸길이는 90㎝ 이상에 이른다.
한국 연해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이남 연해에 분포한다.
[지금이 제철]
기장 붕장어
기사입력 2013-10-22.
청정 기장 앞바다의 가을 선물… 봄-여름 붕장어랑 비교 마이소
털털이 회
“기장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해역 아∼임미꺼?
그만큼 물살이 세고 깨끗하지요.
그래서 이맘때 잡히는 붕장어는 육질이 졸깃하고 고소해 맛이 최곱미다.”
18일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신암마을에서 만난 문용환 씨(56)는,
“붕장어는 남·서해안 연근해 일대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는 어종이지만,
가을철 기장 붕장어는 질이 다르다”고 자랑했다.
7.9t 명진호 선주인 문 씨는 3대째 붕장어 잡이를 하고 있는 어업인 후계자.
그는 기장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도 유명하지만,
붕장어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라고 말했다.
10월부터 12월 초까지 기장 일대에서는 붕장어잡이로 눈코 뜰 새 없다.
특히 연화리, 칠암리, 학리항이 붕장어 어항으로 유명하다.
이 일대 붕장어를 잡는 배가 60여 척이나 될 정도다.
이 중 10여 척은 8t 이상급으로 항구에서 25∼30km 떨어진 연근해에서 작업하는 통발어선이다.
한 번 출항하면 일주일 정도 바다에 머물며 5∼7t의 붕장어를 잡은 뒤 귀항한다.
7, 8명의 선원이 지름 15cm, 길이 80cm의 원통형 통발에 미끼를 넣고,
바다 바닥에 6000∼8000개의 통발을 뿌려(투망)놓은 뒤 4∼6시간 뒤 거둬(앙망) 들인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요즘은 4, 5일이면 ‘만선의 꿈’을 이룬다.
나머지 50여 척은 연안에서 작업하는 8t 이하의 소형 낚시어선.
보통 배 1척에 3∼5명의 선원이 1000∼2000개의 낚시를 사용해 하루 평균 200∼400kg의 붕장어를 잡는다.
작업시간은 오전 3시부터 10시까지.
낚시 하나하나에 미끼를 끼우는 손작업이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30년째 낚시 붕장어 잡이를 하고 있는 일광면 학리 토박이 육귀출 씨(49)는,
“꽁치 오징어 정어리를 미끼로 50∼60m 바다 밑바닥에 있는 붕장어를 잡는다.
붕장어뿐 아니라 다른 어종들까지 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 라고 말했다.
기장 앞바다에서 잡히는 가을철 붕장어는 총 200∼300t이다.
통발로 잡은 붕장어는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어 주로 일본으로 수출한다.
어구사용법이 낚시에 비해 간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낚시로 잡은 붕장어는 그날그날 자율판매로 국내시장에 소화된다.
간혹 낚싯바늘이 붕장어 내장 속에 들어갈 경우 수출용에서 제외되곤 한다.
기장 붕장어는 청정해역에 서식하는 작은 어류나 새우, 갑각류 등을 먹고 자라 맛이 담백한 게 특징.
소매가격은 kg당 1만3000∼2만 원 선.
식도락가는 물론 일반인들이 기장 붕장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청정해역에서 자란 자연산이기 때문.
기장 붕장어의 대표 요리는 회다.
일반 고기처럼 껍질을 벗긴 채 손가락 크기로 내놓은 회는 이제 옛날 요리가 됐다.
요즘은 무채처럼 잘게 썰어 물기를 없앤 뒤 내놓는 ‘털털이 회’가 주종을 이룬다.
기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털털이 회는 깻잎이나 상추에 마늘과 고추를 얹어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기장 일대 횟집에서는 다른 지역의 음식점처럼 붕장어 매운탕과 조림 붕장어, 붕장어 탕수육, 붕장어 초밥, 붕장어 잡채, 뼈튀김 등도 선보이고 있다.
기장군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기장 붕장어를 알리기 위해 26, 27일 연화리에서 제9회 기장 붕장어 축제를 연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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