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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나그네' / 김종철

아즈방 2023. 11. 25. 18:08

 

 

오름나그네 세트(전3권)

제주의 영혼, 오름을 거닐다

저자 : 김종철

출판 : 다빈치  |  2020.4.15.

페이지수 : 1,464 | 

사이즈 : 170×226mm

 

 

책소개

제주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물결처럼 너울거리는 오름들의 능선으로 빚어진 제주에서 오름은 곧 제주의 영혼이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는 오름을 다룰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관문이자 궁극으로 자리한 책이다.

또한 역사·인문·자연·민속·생태까지, 제주도의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

유홍준은 이 책을 두고 “제주의 신이 그에게 내린 숙명적 과제”라 표현하며,

“김종철의 '오름나그네'가 없었다면 나는 오름의 가치를 몰랐을 것이다. (…)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라고 쓴 바 있다.

1995년에 나온 책을 햇수로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세상에 내어놓는 까닭은,

이 책 자체가 오름의 발견이고 우리가 아는 오름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오름나그네』가 처음 쓰여진 199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오름은 뭍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제주에서조차 본디의 모습이 잊혀저가던 존재였다.

저자 김종철은 지도에도 올라 있지 않고 진입로도 없는 330여 개 오름을 다니며 집필한 최초의

오름 답사기 『오름나그네』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름의 모습을 완성했다.

지금도 무수한 사람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오름을 찾고, 배우고, 새로이 발견하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김종철(金鍾喆. 1927~1995)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신보를 시작으로 제주신문, 제남신문, 제주KBS, 제주MBC에서 편성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한라산을 1천 회 이상 등반하는 등 산을 미치도록 사랑하여 평생 산과 더불어 살았다.

제주산악회를 창립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산악구조대인 제주적십자산악안전대 대장으로서 많은

인명을 구했다.

1990년부터 뭍에는 낯설고 제주에서조차 잊혀 가던 오름에 대한 답사기를 연재하여,

오름의 속내와 거기 깃든 인간의 삶, 제주의 모든 것을 길어 냈다.

당시 일본 문화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치의 『제주도』를 번역하기도 했다.

연재를 마친 그는 암과 투병하면서도 원고 정리에 몰두했고,

『오름나그네』(전3권)를 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았다.

그의 유해는 생전에 그토록 사랑하던 선작지왓의 탑궤 주변에 뿌려졌다.

이제 오름나그네는 그 곳 한라산에 잠들어 영원히 오름 왕국을 거닐고 있다.

 

책 속으로

거슨세미오름(샘오름)

이 부근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야릇한 설렘이 한구석에 흐른다.

그것은 버스에서 내려 들판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부터 가벼운 긴장감과 함께 일어 온다.

오름 왕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드넓은 벌판에 오름 또 오름, 기생화산의 군집 지대다.

주체오름

이 오름에서는 뜻밖의 충격을 안고 돌아왔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굼부리 안쪽만 빼놓고 돌아가며 붉은 삼각기가 여러 개 꽂혀 있어 무슨 표시일까 했는데,

억새 베어 놓은 걸 실어 나르던 마을 사람에 따르면 어느 기업체에서 이 오름땅을 사들여 가지고

흙을 몽땅 파내 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

1년 남짓의 시한부 수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운의 오름은 말이 없다.

어차피 사람 손에 헐리어 사라져 갈 운명이라면 차라리 그 자리서 스스로 가루가 돼라.

가루되어 훨훨 하늘로 날아가라.
오름의 섬에서 영원해야 할 불꽃 하나가 거친 바람에 꺼지려 하고 있다.

절오름

그 명성에 가려서일까, 절오름(제지기오름)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얌전한 오름이다.

그러나 화산학상으로는 괄시 못 할 기생화산이며, 보목동으로서는 마을의 어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 인후한 품안에서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땅을 일구고 가꾸며 오순도순 살아간다.

돔박이오름

엉겅퀴과 찔레덤불에 바람 소슬히 너븐드르의 하늘은 높아만 가고,

한라산 쪽 하늘 높이 한 뭉치 구름덩어리가 하얗게 빛나고 있다.

렌즈구름이다.

볼록렌즈를 모로 보는 형상이며 그 속에 작은 렌즈가 여러 개 포개진 듯한 파상운이 아름답다.

그러나 이것은 상공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암시이며,

조만간 지상에도 바람이 일기 시작할 전조일 때가 많다.

이태리에서는 이를 ‘바람의 백작부인’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름답고도 독살스런 백작부인이 이 허허로운 너븐드르에 바람을 몰고 오려는가 보다.

마복이

바람의 섬에 그렇게 그들은 서서 저마다 숙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반추하고 있다.

대천이오름

어쨌거나 오름은 미끈한 풀밭에 부드러운 능선, 대지의 젖무덤 같은 아름다움으로,

영원히 남아 있어 줬으면 싶다.

그것이 이 섬의 지형을 특징짓는 오름이 참모습인 것이다.

산굼부리

산굼부리는 새들의 합창으로 찬란한 아침을 열고, 구름이 쉬다가고 햇살이 노닐다 가면,

들끓던 관광객의 모습도 사라지고 새들은 저마다의 보금자리로 찾아든다.

엄청난 불기운이 터져 나왔던 신비의 굼부리는 덮여오는 등성이의 그림자와 함께 조용히 하루를 닫아

태고의 정적으로 돌아간다.

 

잠들어 있던 제주...
오름은 화산섬 제주의 정수(精髓)이고, 오름을 이해하는 것은 곧 제주를 이해하는 것이다.

오름은 잘 정비된 관광지이기 이전에 제주신화의 거신(巨神) 설문대할망이 창조한 성스러운 곳이자,

제주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장소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소와 말을 놓아먹이고, 샘물을 떠 마시고, 약초를 캐며 살았다.

오름은 제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지문인 셈이다.

저자는 오름이 가진 저마다의 특성과 생명력을 오롯이 드러내고,

자연 그대로의 오름을 넘어 오랜 세월 사람의 삶과 엮여온 모습을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부각하고자 했다.

마침내 그는 늘 존재했지만 잠들어 있는 것과 다름없던 제주의 오름들을 흔들어 깨워 우리 앞에 불러냈다.

『오름나그네』에는 역사·인문·자연·민속·생태까지, 제주도의 모든 것이 총망라돼 있다.

오름 명칭의 유래와 위치를 비롯해 오름에 얽힌 신화, 전설, 고어(古語) 등 방대한 자료를 아우르고

식생(植生), 기상, 지질 등 자연과학적 사실도 꼼꼼히 기록했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와 4·3사건의 흉터, 품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골프장, 흙으로 떠내어진 가슴팍 등

오름의 상처까지 보듬고 있다.

오름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스함과 비판적 관점을 갖춘 시선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태도를 반추

하게 한다.

제주의 영혼, 오름 왕국을 거닐 때
우리는 모두 오름나그네가 된다

『오름나그네』는 촘촘히 짜여진 오름 사전으로,

지역별 오름 이야기와 사진, 지도, 오름 일람표, 찾아보기 등이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어,

길 잃을 걱정 없이 오름 왕국을 마음껏 누비도록 이끌어 준다.

이번 완전개정판에 새로이 실은 사진은 오름나그네가 연재되기 전부터 저자와 함께 오름을 다녔고,

1960년대부터 50년간 오름의 모습을 촬영해온 사진가 고길홍의 작품이다.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듯한 사진 속에서 오름들은 가장 그다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지금은 조림사업으로 온통 나무에 덮인 오름의 맨살과 고유의 능선,

다시는 볼 수 없을 제주의 옛 풍광을 바로 여기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름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다채로운 야생화 사진도 함께 수록했다.

탄탄한 보고서의 성격을 지녔음에도 이 책이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저자의 유려한 문체와,

따스한 시선 덕이다.

땅에 나부죽이 엎드린 오름과 우뚝 솟은 오름, 잔자누룩한 오름과 웅장한 오름까지,

“크기가 크든 작든, 오름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다가온다. 모양새, 차림새가 저만의 것 아닌 것이 없다.”는

그는 오름이 간직한 숱한 이야기에 다정히 귀 기울인다.

그의 따듯한 문장을 건너 아스라하던 오름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히 살아온다.

오름나그네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오름 왕국을 거닐 때, 우리 모두는 비로소 오름나그네가 된다.